문경새재
경상도에 있는 문경새재를 가보았다.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힘든 고개라는 뜻이란다. 4월 첫째주 주말이라 벚꽃이며 개나리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지금은 어디를 가보아도 꽃 들이 만발하니 여행자들의 눈이 호강하는 시기다.
작년 여름 장마 때도 갔었는데 멤버들이 몇달전에 예약을 잡아놓은 것이라 취소하기 뭐해서 장마 임에도 갔었는데, 폭우로 인해 출입을 막아놓아 입구에서만 놀다 왔었다.
지금은 꽃피는 봄이라 상춘객들이 줄을 이어 왔고, 관문을 지나 위에 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삼삼오오 남녀노소 많은 관광객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젊은 층이 굉장히 많이 온다는 것이었다. 보통 등산로에 중년들이 많은데, 여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들이 많이 보여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데, 제1관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면서 풍경이 낯설지가 않았다. 뭐지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년 전에 친우들과 같이 등반을 했던 곳이 여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땐 갑자기 가보자 해서 어딘지 큰 관심없이 그저 등산하고 서울로 올라오기 바빴다. 거기가 여기 였구나 생각이 났고, 특히나 감회가 깊은 것은 그 당시 친우들 중 하나가 최근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그 친구와의 마지막 산행이 될 줄이야..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등산했던 기억이 이제사 떠올랐다.
이곳 문경새재는 한양의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많은 선비들이 넘어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막들이 있었는데 떡집도 있어서 당시 이 떡을 먹고가야 급제한다는 뜬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제1관문 앞에 탁트인 광경이 시원하다.
이곳에는 촬영장이 있다. 사극을 여기서 많이 찍는다고 하는데, 올라가는 도중에 이조시대 복장의 남녀 배우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표지를 보니 태종 이방원, 고려거란전쟁, 연인 등 최근에 내가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를 여기서 찍었다고 한다. 촬영장에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쵤영중이라고 일반인 출입을 막아 놓았다.
이곳 등산로는 잘 닦아놓은 황토 포장도로 같다. 길이 매끄럽고 돌뿌리 같은 것이 없다. 요즘 맨발걷기가 유행인데, 이곳이 성지가 아닐까 싶다. 나도 맨발걷기를 해보니 발이 땅에 착착 붙는 느낌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땅이 차가웠지만 이렇게 부드러운 촉감은 처음인 것 같다.
문경은 사과가 유명하다. 그래서 입구에 사과나무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제1관문을 지나 제2관문 쪽 말고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조금만 올라가면 여궁폭포라는 곳도 있다. 그 전에 휴게소가 있는데 그 곳에서 천영망고에 구멍을 내 즙을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가 올라가 보았다. 올라가는 중간중간에 폭포 같은 곳이 있어서, 여기인가, 아닌가 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끄트머리에 이런 높은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소리하며 물보라가 시원하다.
한참을 오르니 제 2관문이 나왔다. 이곳은 유적지인 만큼 구석구석 관리가 너무나 잘 되어 있다. 인공과 자연, 그리고 역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길가로 작은 수로가 계속 이어져 있고, 물레방아와 통나무로 만든 물길이 이어져 있다.
조선시대에도 산불조심이라는 표지석을 만들어 놓았다. 어떻게 썼을까 싶었는데 ‘산불됴심’ 이라 썼다. 우리말도 시대를 따라 많이 변하는 구나 싶다.
하산길에 입구에 있는 박물관도 가보았는데, 작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어사화도 실물로 보존되어 있고 각 종 서적, 의복,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어 그 시대를 느낄 수 있기에 충분했다.
문경은 약돌한우, 약돌한돈이 유명한데 맛이 좋았다. 약돌을 갈아 사료에 넣어 키운다고 하는데 이해는 잘 안가지만 맛은 참 좋다. 문경새재는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유산과 자연, 맛이 있는 여행이다.
문경새재에서 맨발걷기를 했었는데, 그 당시 발바닥에 작은 가시가 박혀 빼내려 애를 많이 썼는데 뽑지를 못했다. 아주 작아 거의 보이지도 않고, 느낌만 있는데 아주 아픈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따끔거리는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시뽑는 방법을 검색해봤더니 몇개가 나왔다 (참조: 위키하우).테이프로 붙여서 뽑으려고 시도해 보았는데 이도 실패했다. 까실한 느낌이 초기에 있다가 점점 그 느낌도 사라져갔다. 1주일 정도 지난 후 찜찜해서 정형외과를 갔는데, 의사가 돋보기로 보는데도 발견이 안되어 염증방지 약만 처방받아 왔다. 현재까지 염증은 없으나 뭔가 있는 듯한 느낌은 여전하다.
돌들이 많은 동네산에 다닐 때도 아무 일 없었는데, 잘 닦인 문경새재 흙길을 걷다가 이 무슨 일인가 싶다. 아무튼 건강에도 좋긴 하지만 주의해서 걸어야 겠다.